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가 9년 만에 돌아왔다. 화려한 액션과 깊이 있는 사회 비판을 담아낸 이 작품은 관객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흥행과 평단의 호평 속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베테랑 2'를 심층 분석해 본다.
1. '베테랑 2'의 흥행 돌풍과 관객 반응
'베테랑 2'는 2024년 9월 13일 개봉 이후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수 445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을 가뿐히 넘어섰다. 이는 올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4'보다 하루 늦은 기록이지만, '파묘'보다는 3일이나 빠른 속도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베테랑 2'의 흥행이 전체 영화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는 대작 3편이 경쟁했음에도 하루 평균 전체 관객 수가 50만 명대에 그쳤던 반면, 올해는 '베테랑 2' 하나만으로 하루 평균 90만 명대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흥행 성적과는 달리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CGV 에그지수는 87%로, '서울의 봄', '범죄도시 4', '파묘' 등이 모두 90%를 넘겼던 것과 대조된다. 네이버 기준 실 관람객 평점은 6.61점, 네티즌 평점은 6.36점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작인 '베테랑'의 평가에 비해 다소 낮은 수치다.
2. 진화한 액션과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
'베테랑 2'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압도적인 액션 시퀀스다. 류승완 감독의 장기인 액션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단순한 격투와 추격 장면을 넘어, 감정적으로 더욱 복잡해진 캐릭터 간의 갈등이 액션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영화 초반부터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서도철(황정민 분)의 액션 장면들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았던 액션들과는 다르게 더 날것의 느낌을 주며, 진정한 격투의 생동감을 선사한다. 특히 서도철이 악당들과 대립하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단순히 정의 구현의 쾌감을 넘어서, 그가 마주하는 악의 실체와 복잡한 심리적 갈등을 보여준다.
또한, 차량 추격전과 좁은 도심 거리에서의 추격전, 파쿠르 액션과 긴 계단에서의 추락 장면 등 다양한 액션 시퀀스가 펼쳐진다. 특히 미국의 스턴트와는 달리, 이 영화의 스턴트는 매우 위험해 보일 정도로 리얼하게 연출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 사회적 메시지와 도덕적 딜레마
'베테랑 2'는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소셜미디어의 여론 재판과 사적 제재에 대한 열광을 비판적으로 그려냈다.
영화는 사적 제재의 타당성을 묻는 주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우며, 관객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류 감독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고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도 우리는 '그럴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손쉽게 방어하고 다른 분노 거리를 찾아서 편리하게 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반성적 시선을 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메시지는 영화 속 연쇄살인범 '해치'의 존재를 통해 더욱 강조된다. 해치는 추악한 범죄자들을 사적으로 제재하는 인물로, 인터넷에 살인 예고 영상까지 올리며 대담한 범행을 저지른다.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과 여론의 변화는 현실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영화는 알고리즘에 의해 정보가 제공되거나 차단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범람하는 콘텐츠 속에서 우리가 접하는 영상들이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제기하며,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4. 캐릭터의 변화와 새로운 도전
'베테랑 2'에서는 황정민이 연기하는 서도철 형사의 캐릭터가 한층 더 깊어졌다. 전작에서 통쾌한 정의 구현의 아이콘이었던 서도철은 이번 작품에서 내면의 갈등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해치를 추적하면서도 자신이 사용하는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의 박선우 형사 캐릭터도 주목할 만하다. 서도철의 눈에 들어 새로 합류한 신입형사 박선우는 맡은 임무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극의 몰입과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변화와 새로운 도전은 '베테랑'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캐릭터 드라마로서의 깊이를 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 '베테랑 2'가 남긴 과제와 기대
'베테랑 2'는 흥행과 평단의 호평 속에서도 관객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무게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류승완 감독은 "시원한 해답을 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으면 했다"라고 밝혔다.
영화의 쿠키 영상은 3편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류 감독은 "3편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 중이고, 1편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이 3편에서 다시 중요한 역할로 등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베테랑'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 프랜차이즈를 넘어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베테랑 2'는 액션 영화의 진화와 함께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비록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베테랑' 시리즈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 그리고 한국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 볼 만하다.